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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 이야기(feat.애플망고 씨앗 발아 일기)

by molang-molly 2024. 9. 18.

오늘도 잠깐 삼천포로 빠져볼까 한다.

앞서 9월 4일 포스팅에서 바질 화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놨었다. 그에 이은 이야기를 써 볼까 한다. 

 

 처음 애플망고 씨앗을 발아시켜보고자 마음 먹은 것은 8월 31일이었다. 오랜만에 애플망고가 먹고 싶어 마트에서 사온 녀석이 너무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이런 종자는 보존해야해!"하는 단순한 마음에 망고 씨앗을 발아시키는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결과 내 인생에 전무후무한 도전을 하게 되었다..

 

1. 첫 번째 애플망고 3형제의 이야기

마트에서 사 온 애플망고

 

 플라스틱 통에는 애플망고 3개가 나란히, 아주 탐스럽게 자리잡고 있었고, 그 유혹적인 자태에 홀랑 집으로 데려왔더랬다. 그리고 맛 본 애플망고는 너무 맛있었다. 도저히 씨앗을 그냥 버릴 수 없어 레몬 씨앗 키우듯 키워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망고 씨앗들은 딱딱한 겉껍질을 까서 그 속에 연한 배아를 꺼내 발아시켜야 했다. 또한 배아를 발아시킬 때 온도, 습도 및 통풍을 신경 써 줘야 곰팡이가 안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적당한 인큐베이터를 찾다가 결국 망고를 담아온 플라스틱 케이스를 인큐베이터로 쓰기로 했다. 

혹시라도 농약등 이물질이 묻어있을까봐 깨끗이 씻어서 햇빛에 한 번 말려 줬다.

 

 어떤 글을 보니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해서 인큐베이터로 쓰기도 하던데 일단 집에 있던 모든 재활용 컵은 레몬 씨앗들의 차지가 되었으므로.. 나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긴 했다. 그렇게 인큐베이터를 준비하고 씨앗을 까는 작업을 시작했다.

 

1) 씨앗 까기

애플망고의 씨앗은 딱딱한 겉껍질에 쌓여 있다.

 

먼저 씨앗에 남아 있던 과육을 모드 칼로 깨끗이 떼어 내 준다. 흐르는 물에 씻어가며 떼어 주니 조금 더 잘 떼어 졌다.

 

껍질을 벗은 모습

 

 

2) 촉촉한 곳에서 발아시키기

그 다음은 씨앗 밑에 키친타올을 깔고 분무개로 물을 촉촉하게 뿌려준 뒤 씨앗을 덮어 주고 따뜻하고, 통풍이 잘 되며,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 놓아 두기만 하면 된다.

씨앗 2개까지 작업한 모습

 

마지막으로 나는 망고 씨앗을 작업한 날짜까지 적어 인큐베이터 위에 붙여 줬다. 나중에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다.

 

날짜별로 적어준 망고 씨앗

 

그리고 드디어 망고 씨앗에서 싹이 올라오길래 큰 화분에 옮겨 심어 줬다.

싹이 매우 귀엽게 올라왔다

 

 싹은 먼저 발아를 시작한 2개가 올라 왔길래 2개 먼저 화분에 옮겨 줬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1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책장 생장등 밑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커 버렸다..

마지막으로 발아한 아이는 조금 늦게 작업을 해 줬는데, 그 아이가 지금 이렇게 컸다.

첫째가 아니고 막둥이다..

 

 망고가 이렇게까지 빨리 클 줄은 몰랐고, 이렇게까지 싹이 잘 나올줄도 몰랐다..

원래 씨앗 자체는 발아율이 굉장히 좋은데 자라면서 문제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망고들은 100% 발아에 성공 했다.

위에 제목에서 "첫 번째" 망고 씨앗들이라고 한 이유는 그 후로 또 애플망고가 들어왔는데, 그 씨앗들도 버리지 못하고 결국 작업해서 인큐베이터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도 세 녀석들 모두 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3년수부터는 열매도 맺힌다는 것 같은데 어떻게 6그루 모두 잘 키워봐야겠다. 어쩌면 집에서 애플망고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볼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하하)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 인간들은 자연에 해만 끼치는 것 같은데 자연은 아낌없이 준다. 애플망고들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의 경이로운 성장 속도를 보면서 하루 하루 내가 행복했다. 커 가는 자식을 보는 기쁨과 커 가는 농작물을 보는 기쁨이 가장 크다고 하더니 이런 기분인가 보다. 아무 댓가 없이 무한하게 사랑을 주는 자연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앞으로 더욱 환경을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P.S.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하루 하루 자연이 주는 사랑을 느끼며, 충만한 삶을 살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